부동산·주택분양 시장 침체로 건설업계가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는 수요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변 시세가 떨어졌으니 분양가를 낮춰달라는 계약자들이 있는가 하면, 미분양 아파트를 사는 대가로 분양가를 인하해달라는 수요자까지 등장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중인 우남건설에는 최근 들어 "분양가를 낮춰주면 사겠다"는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 김포 고촌 월드메르디앙이 중대형 미분양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만큼 우남측도 분양가를 할인해 달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라 분양가 인하가 어렵다고 설명해도 소용 없다"며 "미분양 팔리는 속도는 더딘데 분양가를 낮춰달라는 문의전화는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용인 성복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중인 현대건설과 GS건설에도 분양가 인하 요구가 밀려들고 있다.
얼마전 인근 신봉지구에서 동일하이빌이 아파트를 4~10% 할인분양하자 성복지구 힐스테이트와 자이를 분양받았던 계약자들도 분양가 인하나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삼성물산도 용인 동천동 래미안 기존 계약자들이 인근 집값 하락으로 분양가를 낮춰달라며 요구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춘 업체도 기존 계약자들과의 갈등으로 괴롭긴 매한가지다.
이달 초 김포 고촌 월드메르디앙 분양가를 3300만~3700만원 인하한 월드건설은 기존 계약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며 불만을 제기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아파트 예비 입주자 연합회측은 "신규 계약자에게만 분양가를 할인해주면서 142㎡를 분양받은 기존 계약자보다 159㎡ 미분양을 할인 구매한 신규 계약자가 1000만원 더 싸게 분양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분양가 인하를 소급 적용해주는 등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계약해지 소송을 제기하고 중도금 납입을 보류하겠다"고 압박했다.
월드건설측은 "분양가 인하는 시행사 결정에 달려 있지만 기존 계약자가 60%나 되는 상황에서 분양가 인하를 소급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분양가 할인은 대형 미분양 판매 부진에 따른 고육책이라 계약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분양가를 둘러싼 건설사와 소비자의 갈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실물경제와 주택시장이 회복되지 않는한 건설사가 분양가를 낮춰 파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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